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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Me

믿음의 어두운 그림자 (3)

by 자유마음 2025.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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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보 이펙트 관련 이미지

📘 Beyond Me – 3편

“믿음은 살릴 수도 있지만, 죽일 수도 있다”


“믿으면 이루어진다.”
이 말은 희망처럼 들리지만,
그 말의 반대편에는 보이지 않는 위험이 있다.

믿음은 때로 사람을 일으켜 세우기도 하지만,
서서히 무너뜨리는 조용한 독처럼 작용하기도 한다.

이번 글에서는
믿음이 현실을 ‘어둡게 바꾸는 방식’에 대해 다뤄보려 한다.


1. 죽음을 믿은 사형수

심리학계에 자주 인용되는 한 실험이 있다.
한 사형수에게 말한다.

“당신을 칼로 죽이진 않을 겁니다.
대신, 천천히 피를 뽑아내겠습니다.
고통은 없을 거고, 조용히 잠들 듯 죽게 될 겁니다.”

 

눈을 가린 채 팔에 작은 상처를 입은 그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만을 듣는다.

실제로 피는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몇 시간 후 사망했다.

그는 피를 흘려 죽는다고 ‘믿었고’,
몸은 그 믿음대로 반응했다는 것이다.

※ 참고:
이 이야기는 Bernard Lown의 저서 등에 등장하지만
실제 실험으로 입증된 바는 없다.
믿음의 힘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전해진다.


2. 얼어 죽었다고 믿은 남자

또 다른 유명한 일화가 있다.
어느 남자가 냉동창고에 갇힌다.
그는 자신이 동사할 거라 믿는다.

벽에 이렇게 적는다.

“점점 추워진다. 손이 감각이 없다…
이젠 끝인가 보다.”

 

며칠 후 그는 죽은 채 발견되지만,
냉동 시스템은 작동하고 있지 않았다.

그의 몸은 추위에 반응한 게 아니라,
“나는 얼어 죽고 있다”는 믿음에 반응한 것이었다.

※ 이 사례 또한 팩트로 확인된 사건은 아니며,
심리적 암시의 강력함을 설명하는 도시 전설적 예시로 분류된다.


3. 과장이 아닌 사실 – 노세보 효과

하지만 단순한 이야기들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입증된 현상도 존재한다.

그 대표가 '노세보 효과'(Nocebo Effect)다.

💡 노세보란?

  • 부정적인 기대나 믿음이 실제 부작용을 일으키는 현상
  • 플라시보 효과의 반대
  • 라틴어로 “나는 해를 끼칠 것이다”라는 뜻

✔ 실제 사례 ① – 스타틴 중단 사태

2013년, 영국에서
“스타틴(콜레스테롤 저하제)은 부작용이 크다”는 보도가 나오자,
약 20만 명이 복용을 중단했다.

하지만 후속 연구에 따르면,
부작용의 상당수는 ‘노세보 반응’일 가능성이 높다.

같은 약을 “당신이 먹는 건 진짜 약입니다”라고 알린 뒤엔
근육통 호소 비율이 41% 증가했다.


✔ 실제 사례 ② – 포장지 실험

같은 가짜 진통제 크림을
비싼 포장저렴한 포장으로 나눠 제공했더니,
고급 포장을 받은 참가자들이
더 많은 부작용과 통증 반응을 보였다.


✔ 과학적 근거

  • fMRI(기능 뇌 영상) 실험에서,
    노세보 반응은 중뇌의 PAG 부위(통증 조절 센터) 활성화와 관련 있음
  • 즉, “이건 아플 거야”라는 생각이 실제 통증 신호를 강화함

4. 나는 그런 믿음 안에 살고 있었을까?

나는 사형수도 아니고,
냉동창고에 갇힌 적도 없다.
그리고 늘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 사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삶을 전적으로 믿지 못한 시간들이 분명히 있었다.

무언가를 시도하면서도
“안 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조용히 따라붙고,
좋은 결과가 와도
“곧 무너질지 몰라”라는 두려움이 어딘가에 있었다.

 

그건 확신이 아니라 조심스러운 체념이었다.

나는 그런 ‘조용한 불신’ 속에서
조금씩 가능성을 줄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믿음은 단번에 삶을 꺼뜨리진 않지만,
아주 천천히, 살아 있는 나를 움츠러들게 만든다.


5. 믿음은 약처럼 작용한다

하지만 믿음이 늘 해를 끼친 것만은 아니다.
내게도 실제 몸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믿음이 있다.

그건 바로 ‘타이레놀’이다.


감기든, 몸살이든, 꽤 안 좋은 컨디션에서도
그 약을 먹으면 좋아질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거의 매번 효과가 있었다.

 

또 하나는 내가 오랫동안 다닌 약국의 이야기다.
딱히 전문가처럼 보이지 않던 약사가 추천했던 약들이
몇 번 효과가 있었고,
그 뒤로는 그 사람이 말해주는 약은 무조건 듣는다는 믿음이 생겼다.

이제는 약을 먹기 전부터 몸이 나아질 것 같은 기분이 먼저 온다.


단순히 “좋아질 거야”라는 막연한 생각만으론 안 된다.

나는 늘 타이레놀을 먹는 구체적인 나를 상상했고,
그 이미지가 믿음을 강화하고, 실제 효과를 부른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질문이 떠오른다.

“만약 내 안에 그런 확신의 구조를 스스로 만들 수 있다면,
그땐 외부의 약이나 말 없이도 나를 치유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물음에 나는
아직 ‘그럴 수 있을 거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완전히 믿지는 못한다.

 

내 안 어딘가에
‘진짜로 믿을 수 있는 구조’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느낌이다.

그 구조를 어떻게 세우고,
그 믿음을 내 안에서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지금의 나는
그 물음 앞에 천천히 서 있는 중이다.


🌀 다음 편 예고

말은 단순한 언어가 아니다.
말은 믿음을 만들고,
믿음은 현실을 이끈다.

다음 글에서는
“말 한마디”가 몸과 마음에 어떤 믿음을 심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 현실로 이어지는지를 탐색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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