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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트럼프의 백악관 영상쇼, 그날 라마포사는 왜 당황했나?

by 자유마음 2025.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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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에서 벌어진 충격의 영상 상영, 트럼프는 왜 라마포사를 겨냥했을까?

2025년 5월 21일,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와의 정상회담에서 갑자기 불을 끄고, 커다란 TV 두 대를 통해 준비된 영상을 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영상은 남아공 내에서 백인 농민들이 박해받고 있으며, 심지어 인종 학살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었습니다.

 

라마포사는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대응했고, "그 영상에 나온 발언은 남아공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영상이 끝난 직후 해당 자료를 백악관 공식 계정에 게시하며 본격적인 여론전에 들어갔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트럼프는 무엇을 노렸나?

겉으로 보기엔 외교적 해프닝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회담은 철저히 기획된 퍼포먼스였습니다. 트럼프는 왜 라마포사를 상대로 이런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을까요? 여기에는 몇 가지 정치적 계산이 숨어 있습니다.

첫째, '역차별 피해자' 프레임 확대

트럼프는 미국 내 다양성과 형평성을 강조하는 정책, 특히 백인들이 소외된다고 주장하는 소위 '역차별 담론'에 대해 오랫동안 문제를 제기해왔습니다. 남아공 정부의 토지 재분배 정책은 과거 인종차별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지만, 트럼프는 이를 백인에 대한 박해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남아공의 사례는 미국 내 보수 유권자들에게 "봐라, 백인도 피해를 보고 있다"는 상징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활용됩니다. 이번 퍼포먼스는 이 프레임을 국제 이슈로 확장시킨 사례입니다.

둘째,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적 만들기'

트럼프는 정치를 전쟁처럼 운영합니다. 누군가를 적으로 규정하고, 그에 맞서는 자신을 '정의로운 리더'로 연출하는 방식이죠. 흑인 대통령, 좌파 성향의 남아공 정부, 인종 간 형평성 정책. 이 모든 요소는 그의 지지층이 불편하게 느끼는 대상들입니다.

 

라마포사는 그가 원하는 '완벽한 정치적 타겟'이었습니다. 갑작스런 영상 상영은 외교가 아니라, 하나의 메시지였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당당히 맞서고 있다. 그리고 백인은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

셋째, 난민 정책의 방향 전환 정당화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백인 남아공인 59명을 난민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에서 온 난민들에 대해서는 문을 굳게 닫고 있습니다. 인종 차별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그는 남아공 영상을 근거로 내세운 것입니다.

 

"우리는 진짜 박해받는 사람을 돕는 것뿐이다"라는 논리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죠. 이 퍼포먼스는 그 명분을 제공하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넷째, 엘론 머스크와의 이해관계

남아공 출신인 일론 머스크는 최근 자사의 위성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가 남아공에서 서비스 허가를 받지 못하자 흑인 지분 법을 공개적으로 비판했습니다. 트럼프와 머스크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의 비공식 고문 역할도 맡고 있는 인물입니다.

 

이번 회담에서 남아공 정부에 강한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머스크의 사업에도 우회적으로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이득이 있었습니다.

외교가 아닌, 정치의 무대

결국 이번 백악관 회담은 외교가 아니었습니다. 트럼프는 라마포사를 설득하려는 의도보다, 회담 자체를 하나의 연극처럼 구성해 국내 정치에 활용하고자 했습니다. 그의 행동은 명확합니다. 자신이 믿는 세계관을 사람들에게 납득시키고, 반대편을 적으로 만들며, 지지층을 더 단단하게 묶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라마포사는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았고, 회담은 본래 목적이었던 경제 협력이나 외교 조율 대신 트럼프의 메시지 확산이라는 결과만 남겼습니다.

이제 외교의 무대마저도 정치적 전쟁터가 되고 있는 이 상황, 앞으로 또 어떤 장면들이 펼쳐질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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